왜 자꾸 역사가 반복되고 지랄인거냐?

일정거사 2012. 5. 7. 21:5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기억조차 까마닥흔 중딩시절, 우리 동네엔 대단히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었고 우동 종류가 특히나 맛있었던 분식집이 있었다. 지금은 모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선생인 동시에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모 대학 의대의 교수가 된 친구 녀석과 한참 탁구에 미쳐 돌아다니던 가슴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그 녀석이 나보다 탁구를 더 잘쳤기 때문이다. 그 어느 날, 바로 그 분식집에서 탁구를 진 사람이 냄비우동을 사기로 하고 내기 탁구를 친 적이 있었더랬다. 3:1로 패배... 그러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땡깡을 부리고 탁구는 계속 되었고 결국 네시간이나 탁구를 치다가 (당시 세트 스코어를 따지면 대략 3:1의 페이스로 내가 뒤지고 있었을 것이다. 네 시간 동안 몇 세트를 쳤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마지막 한 세트를 이기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기로 하고 탁구장을 나서기로 했다. 정말 운 좋게도 내가 이겼고 탁구비는 같이 냈지만 난 돈을 들이지 않고 나름 근처 최고의 맛이었던 냄비우동을 처묵처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난 그 탁구 게임을 "내가 이기는 시점까지 하고 그 때 이긴 사람이 최후 승자가 되는 것"으로 할 생각이었다. 이 이야기인 즛, 어차피 난 땡깡을 써서 그 날의 탁구 경기를 끝내려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놈은 그런 내 마음 속의 생각을 알 턱이 없다.

답은 간단하다. 이석기와 김재연이 사퇴하고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의석을 잃더라도 최소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면 된다. 물론 그 정도로는 진보의 외연의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진보의 외연의 확대라는 통합진보당이 가지고 있던 목표는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불가능해진 목표였다. 하지만, 주사위들을 제외한 통합진보당의 다른 당원들은 설득할 수 잇을 것이고 극적으로 정파가 뭔지도 모르고 통합진보당에 입당하거나 그들을 지지한 뉴비들은 조금이나마 돌려세울 수 잇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과거부터 주사위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그런 식으로 나름 극적인 "만화적 해피엔딩"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주사위들은 항상 "이길 때까지 한 번 더!"를 언제 어디서나 전후맥락과 아무 상관없이 외치던 사람들이다. 애초에 룰은 그들이 만든 것이었다. 아무리 양보해서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의중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이 경선에 들어가기 전에 만든 룰이었다. 그러나, 그 룰을 어긴 것도 그들 자신이다. 그리고는 룰을 안지킨 것이 너희들이라 하니 믿을 수 없단다. 그리고 이젠 또 다른 룰을 제시한다.

그래! 바로 그 것이다. 그들은 1985년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스포츠 머리를 하고 다니던 중딩 시절에 나보다 탁구 실력이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던 친구 녀석과 탁구 게임을 했을 때 내가 했던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어... 하다 결국 내게 냄비우동을 사고야 말았던 한 때 가장 친했던 내 친구녀석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사고체계 하에서 "그런 식의 지 꼴리는 대로의 승부"라는 것은 존재할 리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두 가지의 길이 가능하다. 하나는 "내 친구처럼 어리바리하게 결국 당"하거나 "이 색히들 버릇을 고쳐놔야지"라고 그들에게 날선 대응을 하거나... 그러나, 여기서 1985년 그 날의 나와 지금의 사태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질 수 있다. "결국 내가 이기는 것"외에 다른 선택지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심지어 자기 하나를 위해 총당원 투표를 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쿼바디스 도미네... 니미 어디로 가잔 말이냐? 어차피 주사위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 따위는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자신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만큼의 당내에서의 지분을 잃지 않는 것! 그 것을 위해서라면 이리로 저리로 어디든지 끌고 다닐 각오는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 끊어질 것이냐고? 이미 20년 이상 주사위들을 겪어본 나같은 사람들이나 2000년 이후라도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대립각을 세워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자식들은 애초 그런 놈들이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외에 딱히 깔쌈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내가 2000년 민주노동당 입당원서를 쓰던 시점에 원서를 가져왔던 그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주사위들은 절대 끌어들이지 말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던 것은 선배의 충고나 좀 더 산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칙에 의한 권고사항 따위가 아니라 그저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내가 궁극적으로 하게 될 것은 걔들은 애초부터 그런 놈들인데 뭐..."라는 냉소돋는 넋두리를 하게 될 것이 빤히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지금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주변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기존의 정당들에겐 별 희망이 보이지 않고 진보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다른 어떤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뉴비"들 때문이다. 가장 큰 상처를 입을 사람들은 그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우리들 같은 "나름 선수"들이 해야할 일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잇는 선의 어떤 것일 것이다.

실망하지 말자느니, 그래도 희망은 있다느니, 언젠간 주사위들도 바뀔 것이라느니 하는 따위의 하나마나한 이야기들은 그냥 닥치고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런 것이야 말로 <모여라 꿈동산>식의 결말 아니던가? 다만 진보정당이라는 것의 Representation이 가지는 상투성을 무엇을 통해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은 가장 큰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니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어렵더라도 지금 통합진보당 내에서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이석기와 김재연을 솎아내는 방식으로 해결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만지감으로 한 가지 이야기하자. 솔직한 내 심정? 그래... 솔직한 내 심정은 노심조가 진보신당을 나갈 때 심정적으로도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일 법적으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라도 통합진보당에 소속감이 잇었다면 겼고 있을지 모르는 악몽을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 세상은 가끔은 내게 우호적인 것 같기도 하지 않은가?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