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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좌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8/28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2. 2008/07/31 무엇을 할 것인가?
  3. 2007/12/31 이 땅에 살기 위하여
  4. 2007/12/20 대선 단상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구리좌사 2008/08/28 11:38 Posted by syzipus
1. 아직도 이 땅에 살려면 '저 지하 땅끝에서 하늘 꼭대기까지 온몸으로 투쟁'해야 하고, 메달 땄다고 퍼레이드도 해야하고, 사노련이라는 사회주의 조직에 국가보안법 적용도 받아야 하고. 막걸리 마시다 대통령 욕하면 잡혀가고, 권력 잡으려고 사람 죽이고, 학교다니다 군대 끌려가서 소문없이 죽고, 고문받다 죽고, 지금 당장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만, 계속 옛날 이야기들이 재현되는 걸 보면, 세상은 아직 그대로인 거다. 명랑 사회는 아직도 마음 속에 있나보다.

글을 재탕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세상이 그대로이니 어쩔 수 없이, 지난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를 시도나마 했던 그 때 그 시절, 딴 로그에 썼던 포스트를 꺼낸다. (세상에나, 국보법 폐지를 시도나마 했던 것이 기억해야만 하는 사건이 될 줄은 몰랐다.)

2.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여수사태의 종결 직후, 1달여 만에 초스피드로 만들어 졌다. 심의중이었던 11월 16일에 이미 국가보안법 폐기동의안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부결되었다.

당시 찬성론자들은

"국가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반민주분자는 역적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다,"

"우리를 (이)법을 세밀히 하여서 물샐틈없이 하여야 한다,'

"공산도배의 발호에 맞서 국가를 보위하지 못하면후대를 볼 낯이 없을 것."

"지역민중들의 강력한 여론은 강력한 입법을 통하여 포악한 도배들을 처리해 달라는 것이 주류"

"피를 한폭기 뽑자면 나락을 다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피를 안 뽑을수 있겠는가"(박순석)

"우리는 이 민주정부를 지지하며 육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만일 이 민주정부를 파괴하고 말살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취해서라도 그러한 폭력을 배제하는 데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이주형)

당시 국회의 반대론자들은

"이 법률을 발표하고 나면 안 걸릴 사람이 없을 것이다"(조헌영)

"좌익을 막으려면 좌익에 지지않는 민주주의적인 입법을 해가지고 민족정기를 살려야 한다. 이 법률이야 말로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을 위한 법률이나... 일제의 치안 유지법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노일환)

"민주주의 헌법은 인민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다수 일어나는 반란사태에 대해서 우리가 만들었던 헌법정신은 몰각하고 인민을 극도로 속박하는 법률을 우리 자신이 만드는 법이 어디 있는가"(신성균)

"국가보안법은 포악무도한 일제침략주의의 흉검이라고 할 수 있는 치안유지법과 똑같은 비민주적 제국주의의 잔재이다. 우리가 민주 독립국가를 재건하는 이 마당에 ... 제국주의 잔재폐물은 용납할 수 없다."(김옥주)

(이상은 제 1회 국회 속기록, 105호, 107호, 108호)

3. 놀랍게도, 아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놀라울 것도 아닌데 환갑이 다되어가도록 이 놈의 법을 둘러싼 논쟁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가보위법을 주장한 측과 민주주의를 위해 반 민주 악법은 용납할 수 없다는 측의 대립.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근거는 '민주주의 수호'와 '인민보호'였다. 우스개 소리로 80년의 학살자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지만, 지난 60년간 이 법이 보여온 모습은 하등 '민주주의 수호'와 '인민보호'와는 관련이 없었다.

60년이 흘러 여전히 민주주의는 표류 중이고, 이제는 그 옛날 국회의원들의 사회 인식조차 못가진 셈이 되어 버렸다.

p.s 첫 문장에서 링크 건 프레시안 기사중, "이 활동가는 오세철 교수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건 연세대 총장을 포함해 연세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경찰이 성과를 내려면 왕년에 오 교수만큼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의 집도 한 번 압수 수색해보라"고 꼬집었다."고 나오는데, 그 측근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공편한 책을 한 권 갖고 있는데, 제목은 후기자본주의와 사회운동의 전망-마르크스주의의 위기와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무엇을 할 것인가?

구리좌사 2008/07/31 13:26 Posted by syzipus
1. 학부 시절 인상깊게 읽은 글은 최장집-박명림 선생 라인에서 쏟아져 나온 한국 정치에 대한 거시역사적 분석들이었다. 역사의 흐름을 씨줄로 그 안에서 개인의 모습을 날줄로 엮어, 구조적 변동 속에서 개인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둘의 상호 작용이 어떤지를 보라는 것이 수업시간의 주문이었다. '비동시성의 동시성', '광기의 순간과 수동혁명', '변형주의', '미국의 경계'와 같이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표현들은 다 그때 배운 것이다.

2. 교주가 말한 '광기의 순간과 수동혁명'은 한국사에서 직접적인 대중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선거 제도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4.19, 부마항쟁, 서울의 봄, 87년 6월 민주화 운동, 2004년의 대통령 탄핵까지, 대규모 군중의 집결에는 민주적 선거, 특히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전국민적 열망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최장집 선생의 분석으로 이는 심화된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한다.

3. 우선 비교의 대상으로 정치 발전의 전범으로 여겨지는 서유럽의 정치사를 보자. 서유럽은 선거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 구체적으로 사회적 계급에 따른 투표권의 확대 문제, 즉 부유한 남성에서 남성 노동자 그리고 여성으로(미국의 경우 흑인으로) 투표권이 확대되고 각 계급에서 이를 쟁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 주체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정치행위를 결정하는 전통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4. 이에 반해 한국의 보통선거제도는 정치주체들의 행위에 의한 만들어져 나간 것이 아니라 48년의 헌법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제에 대한 전 국민적 열망은 강렬하여, 선거제도 혹은 선거공간을 닫아 버리는 정치적 행위는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는 것이 2000년대까지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현상이었다. 1960년 4.19 혁명, 1980년 서울의 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등, 거리의 정치가 활성화 된 사건의 대부분은 선거와 연결되어 있었다.

5. 하지만, 국민의 요구는 거기까지였다. 87년 7-8월의 노동자 대투쟁이 6월과 같은 뜨거운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이나, 96-7년 노동법 개악에 대한 총파업 투쟁의 동력이 97년 IMF 한 방에 날아갔던 것이나, 거리의 정치가 경제적 갈등을 이슈로 하는 순간, 동력과 파급력은 특정 집단의 문제로 급속하게 축소되었다. 국민은 보통선거를 지지했지만, 시민은 이익정치를 지지하지 않았다.

6. 20세기 중반 이후, 쇠퇴했다고는 하지만, 서유럽의 정당주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이익 정치에 기반한다. 아무리 변화한다지만, 그 뿌리는 쉽사리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익 정치는 나와는 상충되는 이익을 가진 타인이 존재하고, 그것이 개인 대 개인의 갈등에 국한되지 않고, 유사한 이익 관계를 가진 개인의 집합으로서 집단 대 집단의 갈등으로 전화하는, 분명한 대립의 선을 갖고 출발한다. 정당은 이러한 이익을 집단적으로 대변하는 기구가 된다.

7. 한국사회에도 이러한 대립의 큰 선은 존재한다. 단일민족국가를 수립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민족 갈등, 체제 안정을 위해 활용된 지역갈등, 그리고 경제적 기회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진 사회에서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갈등이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세 개의 큰 갈등 선이다. 서유럽은 이 문제가 순차적으로 해결되거나 중첩되지만 결국은 주요한 사회의 갈등이 경제 문제로 귀결되었지만, 한국은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 동시 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최장집 선생은 이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고 묘사했다.

8. 물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제국주의 시대만큼은 아니지만, 국가간의 경계를 넘어선 노동 이동이 현저해지며서, 민족국가에 기반한 기존의 정치체제는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갈등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우리에게 여전한 민족 갈등은 북한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내 생각에는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이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는 그 순간, 북한이 남한 체제보다 우월하다거나 대안이라는 인식은 파산하고 말았다.

지역문제는 호남에 대한 억압으로 표현되었으며, 이는 보편적인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난 신한국당-민주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를 통해서 일정 정도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9. 그러니 여전히 우리에게 여전히 문제로만 남았을 뿐, 어떤 식으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갈등은 경제 영역에 있다. 결국은 밥그릇의 문제, 사적 이익의 갈등을 해결할 만한 충분한 장치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서유럽이 이 문제를 정당으로 해결했고, 그랬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의 현실적 제약하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이익 갈등에 기반한 정당정치를 최장집 선생은 주장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이익 갈등에 기반한 정당 정치가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의 선은 명확하지 않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0. 광우병 사태는 한국에서 공식화된 선거 제도의 문제를 벗어나 개인의 의사가 대규모로 제시된 최초의 정치적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기록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에게 공화국은 무엇인가?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구리좌사 2007/12/31 22:32 Posted by syzipus
여느 해 연말처럼, 편안한 자세로 앉아, 베토벤 9번 합창을 들으며 세계시민의 꿈을 꾸어보다,

프레시안의 신년 만평을 보고.

박노해의 시가 떠오른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박노해

찬 시멘트 바닥에 스치로폴 깔고
가면 얼마나 가겠나 시작한 농성
삼백일 넘어 쉬어터진 몸부림에도
대답 하나 없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일본땅 미국땅까지 원정투쟁을 떠나간다

이 땅에 발 딛고 설 자유조차 빼앗겨
지상 수십미터 아찔한 고공농성
지하 수백미터 막장 봉쇄농성
식수조차 못 먹고 말라 쓰러져가며
땅속에다 허공에다 울부짖는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햇살 가득한 거리에 숨어 숨어
수배자로 쫓기고 쇠창살에 갇혀가며
우리는 절규한다 기꺼이 표적이 되어
뜨거운 피를 이 땅위에 쏟는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
우리의 노동으로 일떠세운 이 땅에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사랑으로 살기 위하여
저 지하 땅끝에서 하늘 꼭대기까지
우리는 쫓기고 쓰러지고 통곡하면서
온몸으로 투쟁한다 피눈물로 투쟁한다
이 땅의 주인으로 살기 위하여
아, 시인은 도사가 되어버렸고, 가수는 여기저기 노래를 팔러 다닌다.

2008년에는 야만과 환멸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대선 단상

구리좌사 2007/12/20 01:43 Posted by syzipus
1. 이번 대선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이슈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이해가 갈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통합신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사회경제정책에서의 큰 차이는 없을 테니까.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발이 민노당아니 사회당에 대한 지지로 향하지 않는 것은 두 정당의 모자름 때문이라고 해두자. 코리아연방제라는 구호는 엄청난 삽질이라 불러야 정확하지만.

2. 한나라당 당내 경선의 여성 후보를 볼 때, 아버지의 과오가 자식의 흠이나 발목잡이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아버지의 과오에 대해서 일말의 반성도 보이지 않는 자식을 좋게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상대자의 부도덕함은 너무나 선명했다.

3. 소설가 김훈은 우파삼락이라며 세금 잘내고, 아들 군대 보내고, 질서 잘 지키는 것을 꼽았다. 강유원은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받아쳤다고 한다(확인은 못했다). 시민이라면 해야 할 일.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는 두 개나 결격사유가 있으니, 우파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불감증이겠구나. 비판적 지지라는 감언이설에도 단 한번도 흔들림이 없었다는 내 친구는 이번에는 비판적 지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 통합신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라기 보다, 상대 후보자가 되는 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품위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라는 이유에서였다.

4. 6-80년대의 수많은 고관대작들에게 내가 하면 재테크 남이 하면 위장전입이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공공의 업무를 맡아야 하는 사람에게 위장전입은 충분한 낙마사유가 되어 왔다. 주양자, 장상, 장대환, 이기준, 이헌재, 최영도, 강동석, 홍석현, 이거 뭐 별헤는 밤도 아니고. 다들 지난 두 번의 정부에서 위장전입이나 기타 땅문제로 총리 또는 장관에서 물러난 사람들이다. 지체아 자식을 위해 위장전입한 것은 용서가 안되냐며 선처를 호소하던 분마저 내치던 옹골참을 보며, 공무출장으로 적립한 항공사 마일리지도 문제가 되는 독일과는 여전히 비교되지만, 그래도 그나마 여기까지 온게 어디냐고 생각해왔다.

5. 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도, 당당히 당내 경선과 대선을 통과함으로써 일종의 면죄부를 받았다. 대선 후보가 된 이후 현 정부에서 환경부장관으로 내정된 이규용씨도 위장전입을 지적 받았지만, 부동의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공당의 대선후보도 문제 안삼는 마당에 장관이 무슨 대수인가 싶어서인지 스리슬쩍 장관이 되어 버렸다. 역시 사람은 때를 잘 만나야 하는 거다.

6. 한나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럴 수도 있다(도덕적 판단을 떠나서, 사람은 자기가 보고 배운 것에서 크게 못 벗어난다.) 싶지만, 이후 계속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은 무엇때문일까? 왜 이전에 낙마한 장관들과 같은 평가를 받지 않는 것일까? 예전에 배운 이론이 생각났다. 프랑스의 학자 르네 지라르의 희생제의와 이를 원용한 역시 프랑스 학자인 아글리에따와 그의 동학 오를레앙의 화폐의 본질론.

7. 인류학자 지라르는 인류가 타자가 갖고 있는 욕망, 즉 남의 욕망을 쫓아간다고 보았다(mimetic desire). 따라서 욕망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갈등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욕망의 끊임없는 복제는 사회가 위험에 처하는 시점까지 계속된다. 이것이 정점에 다다르면 희생제의가 시작된다. 한 사람이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집단에서 축출되거나 살해된다. 그 사람이 바로 희생양이다. 그러므로써 사회 질서는 회복되고 사람들은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었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반복되고 희생제의가 사회적 제도로 확립된다. 초기 종교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맡았다. 예수도 이러한 의식으로서 희생양인데, 부활하여 자신의 순수함을 증명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지라르의 설명이다.

8. 아글리에따와 오를레앙은 충돌하는 욕망이 해결되는 곳을 시장으로서 파악한다. 따라서 시장이 있는 사회에는 맑스의 화폐 물신성처럼, 사용가치를 지닌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화폐는 욕구의 상징일 뿐이며 욕구는 사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그들의 행동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폐는 시장에서의 욕망의 충돌을 해결하는 희생양이다.

9. 대통령 당선자가 저지른 위법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의 상징과도 같지 않을까? 그리고 이 욕망은 사회에서 학습된 것이지, 우리가 원래부터 갖고 있는 것은 아닐게다. 때가 되면 주식 이야기를 하고 집 이야기를 하고, 아이 학교 이야기를 하는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우리시대의 욕망은 무엇일까? 땅, 주식, 학벌, 부? 정치가 갈등 조정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리하여 지라르의 희생제의와 아글리에따의 시장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번 대선을 희생제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 우리는 한바탕 의식을 끝내고, 내일부터 다시 욕망의 순환을 시작할까?

11. '우리는 정치에 너무 관심이 많아 투표안하는 거야'라는 여신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해 묵은 노래를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표정을 감추고 아닌 척해도 세상은 그대로인데
눈물에 젖어 흐르는 추억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술잔에 섞어서 마신다 해도 잊을 수는 없는 거야

한참을 기다려도 변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괴로워했던가 운명마저 갈아엎는 용기를
나에게 필요한 것은 숨 쉬는 하늘과 땅이야
이 타오르는 가슴을 채울 수 있는 그런 따뜻한 가슴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파한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연기로 사라져 버릴 순 없지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겠다.